

보도자료
PRESS
크리스탈 파이트 세계 춤의 날 기념 메세지
세계 춤의 날을 맞이하여, 국제 연극 연구소(ITI)와 국제 댄스 위원회(IDC) 및 세계 무용 연맹 아시아 태평양(WDA)으로
캐나다 및 유럽 등지의 세계적인 무용수이자 안무가, 크리스탈 파이트가 따듯한 축하의 메세지를 보내주셨습니다.


인간은 움직입니다. 우리의 팔은 뻗어지고, 무릎은 무너지며, 고개는 끄덕이고, 가슴은 말려 들어가고, 등은 휘어집니다. 우리는 뛰고, 으쓱거리고, 주먹을 꽉 쥐었다가, 다른 사람을 잡아당기기도 하고, 밀어내기도 합니다. 이는 움직임임과 동시에 그만큼의 언어이기도 합니다. 이것은 우리의 신체가 욕구, 패배, 요기, 절망, 욕망, 환희, 야망, 좌절, 사랑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런 이미지는, 우리가 이런 것들이 우리의 신체에 순수하게 내재되어 있기에, 마음 속의 의미와 함께 번쩍 스쳐 지나갑니다. 우리는 계속 움직여왔으니까요.
우리는 모두가 무용수입니다. 인생이 우리를 움직이게 하고, 인생이 우리를 춤추게 합니다. 호흡처럼 순간적이고, 뼈처럼 견고하게 춤은 우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공간을 조각합니다. 우리는 단어도 없이 깊이 이해되는 언어로 씁니다. 우리가 공간 안에서, 혹은 그 주위에서 춤 출 때, 공간이 꾸며집니다.
인생처럼, 춤은 매 순간 자신을 창조하고 파괴합니다. 사랑처럼 이유를 뛰어넘습니다.
나는 신체를 하나의 위치로 여기는 걸 좋아합니다. 하나의 '그러함'이 행해지고, 형체를 이루는 장소 말입니다. 우리가 춤을 출 때, '그곳에 있다'와 심오하게 결합하게 됩니다.
나는 억압과 격변, 고통이 끝없이 이어지는 것처럼 보이는 2026년 초에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매일 우리는 인간이 서로에게 얼마나 끔찍한 일을 저지를 수 있는지를 목격하고 있으며, 사람과 지구를 향한 상상하기조차 힘든 폭력을 자금으로 지원하고 부추기는 권력의 구조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그런 현실 앞에서 춤은 무력하고 쓸모없는 대응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토록 근본적인 변화와 치유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세상에서 춤을 추는 예술가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상상하기조차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예술은 희망과 마찬가지로 사랑의 한 형태입니다. 황폐함 앞에서도 예술은 완강하게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힘입니다. 예술은 마음을 맑게 하는 용제이자, 우리를 치유하는 연고입니다. 우리는 질문에 사로잡혀 있을 때 예술이라는 그릇 안에 머물 수 있습니다. 함께, 그리고 뉴스와도 다르고, 다큐멘터리와 교육과도 다르며, 의견과 소셜 미디어와도 다르고, 행동주의와 시위와도 다른 방식으로 말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서로 양립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창의성을 통해 우리는 작은 용기와 호기심, 친절과 협력의 행위를 하나씩 쌓아가며 저항과 희망을 축적합니다. 춤과 무용 창작 속에서 우리는 인류가 우리가 최근 목격한 가슴 아픈 세계적 실패 그 이상이라는 증거를 발견합니다.
그러나 춤에는 어떠한 정당화도, 어떠한 설명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춤은 우리로부터 비롯되지만 우리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습니다. 춤에게 필요한 것은 그저 기꺼이 움직이고자 하는 몸 하나뿐입니다. 바로 그 장소에서 춤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번역하며, 우리와 미지의 세계 사이를 이어주는 매개자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 사라져가는 아름다움의 흔적에 마음을 빼앗깁니다. 그리고 춤과 춤의 소멸을 우리의 몸으로 함께 살아낼 때, 우리는 우리 역시 영원하지 않은 존재임을 깨닫게 됩니다. 동시에, 우리가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면 춤은 때때로 영혼의 모습을 희미하게나마 보여줄 것입니다.